3월이 끝난지가 언젠데 지금에야 주섬주섬 써내려가고 있는 3월 드라마 결산. 예전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진득하게 봤던 것 같은데, 최근 몇 년은 체력과 집중력 이슈(...)로 좀처럼 쉽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완주하게 되는 작품들은 보석처럼 귀하고 소중하다. 설령 그것이 여러가지로 내게 아쉬움으로 남은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애초에 그저 안 좋기만 했고 나와 코드가 맞지 않았다면 완주조차 못 했을 거란 거.
그럼 3월 드라마 결산 시작해볼게요. 이번 달에는 공교롭게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두 작품을 만났다. 의도한 건 아닌데. 두 작품 다 드라마의 내용보다는 출연진과 제작진에 끌려 보기로 결심했던 거고, 다행히 무사히 완주했다.


멜로무비 3화-10화 (끝)
*최우식, 박보영, 전소니, 이준영, 김재욱
*연출 오충환 / 극본 이나은
*10부작, 넷플릭스
「그 해 우리는」의 이나은 작가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그러나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다. 어쨌든 등장인물들은 「그 해 우리는」의 변주처럼 다가왔고, 드라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영화’라는 소재는 드라마 서사에 잘 버무러져 효과적으로 다뤄지고 또 보여졌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것은 인물들의 케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케미나 서사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로맨스물이 시대적으로 하향세를 타고 있다는 걸 핑계로 하기엔, 작가의 전작인 「그 해 우리는」은 괜찮았다. 내가 참 좋아했던 최웅과 국연수.

그보다는 고겸과 그의 형 고준, 김무비와 그녀의 아버지의 서사가 좀 더 다가왔다. 특히, 죽은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고, 청춘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으니, 고준의 삶이 무겁게 다가왔다. 음. 슬프다고 쓰고 싶었는데, 그러면 고준이 너무 가엾다. 그는 동생을 사랑했고, 멋진 형이었다.

고겸이 더 이상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결말이 아쉬웠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동생을 키우고 돌보기 위해 일하느라 바빴던 고준이 없을 때 외로움과 결핍을 채우느라 영화를 사랑했던 거라고 하고 싶었던 걸까? 영화에 대한 비판적이고 신랄하기만 한 시각도 그런 마음에서 비롯된 걸까? 이제 성장했고 나아졌기 때문에 영화 안 본다는 걸까? 그래도 계속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적어도 고겸의 영화에 대한 마음만은 진심이었고,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느낌으로. 어쨌든 타이틀은 「멜로무비」고 좀 더 영화에 충실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내내 손주아와 홍시준에게 스며들지 못했다. 그래도 오래 만난 커플, 헤어졌다 우연히 재회한 커플이 다시금 맺어지는 결말이 아니었다는 점에서는 좀 새로웠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내가 접한 작품들은 대부분 잘됐음..)
그냥저냥 끝낸 드라마였다. 눈길이 가는 게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차라리 남주가 똑같은 최우식이 아니었더라면 좀 더 나았을까. 가뜩이나 인물이 전작의 변주처럼 다가오는데, 자꾸 최웅이 의식되서 혼났다.




폭싹 속았수다 1화-16화 (끝)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연출 김원석 / 극본 임상춘
*16부작, 넷플릭스
드라마를 끝까지 못 본다, 집중력이 형편없어졌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이렇게 단숨에 보게 되는, 혹은 간격을 두더라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보게 되는 드라마를 만나게 될 때면 그것도 다 개소리였다 싶은 것이다. 그냥 내 취향에 맞는 드라마가 아니었을 뿐. 그다지 간절하지 않았던 것일 뿐. 취향에 맞고 내게도 간절한 드라마를 만나게 되면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
이 드라마에는 개인의 서사가 없다는 지적이 있는 걸 봤다. 서사와 성장보다는 부여된 역할과 그로 인한 감정이 두드러진다는 해석이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싶긴 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보편적인 어떤 사랑의 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고, 그것은 드라마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각각의 고유함이고 개성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내적 반박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형태를 너무 고착화된? 정형화된? (적당한 단어를 모르겠다) 형태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었기는 했다. 애순과 금명이 또 다르기야 하지만.
충섭이 관식에게 처음 인사를 드리던 날, 만약 영범이었다면 그 배를 탔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영범이가 정말 금명을 위해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변화하고 싶었다면 금명과 헤어진 후라 해도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무엇인가를 시도했어야 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영범은 (이후 어머니가 원한 사람과 결혼한 것 등) 그런 것 없이 내내 끌려가기만 했다. 금명이와 헤어졌기 때문에 자포자기한 것인지 몰라도, 자기 삶도 귀한 줄 모르고. 잘 헤어졌다, 금명.

결말부에서 관식이는 정말 평생 고생만 하다 죽었다는 생각 때문에 정말 눈물이 말 그대로 ‘줄줄’ 났다. 나란 사람, 아무래도 과정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인 건지, 이런 건 후유증이 좀 세게 간다. 인생이 허무하고 인간은 무엇으로 와서 무엇으로 가는가, 상념이 많아진다.
심지어 관식이 세상을 떠난 나이가 겨우 59세였다는 점에서 더욱 억장이 무너지는… 관식으로 인해 애순의 소녀감이라거나 밝음이 지켜질 수 있었다지만, 관식이 품었던 꿈은. 어휴, 또 억장이 무너지네.. 눈물난다. 그러나 관식에게는 그 모든 것들보다 애순이 더 컸고 소중했고 귀했다고 생각하자.

귀엽다고 봤던 관식과 애순의 어리고 젊은 시절도 마냥 행복하게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더 슬프다.
그러나 며칠 후, 생각을 곱씹어보다가, 관식이가 불쌍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못 누리고 고생만 하다가 죽은 아버지를 기억하는 내용의 글을 우연히 보고서 나는 여전히 뭘 모른다, 사람을 모르고 삶을 모르고 인생을 모른다 싶었다. 아는 척 하지 말자. 아직 나는 쥐뿔도 모른다.
인간의 감정을 모르는 건 아닌데, 나 스스로에게 대입하거나 나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선은 무척 얕고 단순한 모양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드라마/영화/방송/연극 등 대중문화 콘텐츠를 모두 다루며 시상하는 백상예술대상에 「폭싹 속았수다」가 작품상, 최우수연기상 등 많은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들었다. 다른 후보군들이 워낙 쟁쟁해서 누가 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결과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과연 「폭싹 속았수다」는 어떤 결과지를 받게 될지. 백상예술대상에 대해서도 한 번 써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