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미미일소흔경성(微微一笑很倾城)」 얘기를 했으니, 뭔가 세월에 맞춘(?) 업데이트가 필요할 것 같아서 남겨보는 「투투장부주(偷偷藏不住)」 추천글. (이것도 최근작이라기에는 벌써 2년이나 되긴 했는데. 쓰읍 ㅋㅋㅋ 좀 더 최신 업데이트가 필요하긴 하다.) 아무튼, 국내에는 ‘너를 좋아해’라는 타이틀로 소개되었고, 원제는 부제로 달려서 나왔다. 투투장부주(偷偷藏不住)는 몰래 숨기지 못하다, 정도의 뜻이다.
투투장부주(偷偷藏不住)
2023, 중국, 25부작
연출 : 이청용(李青蓉) / 극본 : 구사가(欧思嘉)
*진철원(陈哲远), 조로사(赵露思) 등
줄거리
이야기는 단순하다. 14살(중국은 만으로 나이를 세니까 15살이려나.) 중2 쌍즈(桑稚)는 어느 날 대학교에 다니는 오빠 쌍옌의 친구이자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자신보다 5살 많은(오빠보다는 1살 많다는 듯?) 돤자쉬(段嘉许)를 알게 된다. 츤데레의 끝판왕인 오빠와 달리, 돤자쉬의 다정다감한 태도에 쌍즈는 호감을 품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17살 고2가 된 샹쯔는 기숙사 짐을 옮겨야 한다는 오빠를 따라갔다가 돤자쉬와 재회하게 되고- 여러 사건들을 거치며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게 된다. 성 빼고는 아직 이름도 정확하게 모르는 그 사람을. (중국은 발음이 다양해서 발음만 듣고서는 이름을 알기 힘드니까..) 하지만, 그 사람에게 자신은 언제나 어린 동생일 뿐이다.
어느덧 대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돤자쉬를 다시 만나기 위해 쌍즈는 그의 고향에 있는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이런 거 보면 대륙을 실감하게 된다. 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면 진짜 생이별 느낌이다.)
하지만, 오빠로부터 돤자쉬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충격받은 상쯔는 이것이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랜선 연애를 하던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그야말로 부모님과 오빠 모두 뒷목 잡을 만한 핑계(!)로 비행기를 타고 그의 고향까지 날아가고.
쌍즈의 오빠로부터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돤자쉬와 만나게 되지만, 낯선 여자와 함께 자신을 데리러 온 그를 보고 결국 눈물의 단념을 한다. 하지만 그건 진짜 단념은 아니었는지도-
돤자쉬와 연락을 끊고 그렇게 2년. 마침내 목표로 한 대학에 진학하게 된 쌍즈는 친구들과 함께 간 술집에서 돤자쉬와 생각지 못한 재회를 하게 되는데.
한편, 돤자쉬는 예뻐하며 돌보던 동생 쌍즈와의 재회에 반가움 반, 섭섭함 반이지만, 쌍즈가 반갑다. 사실 돤자쉬에게 대학시절은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사람을 죽여놓고 책임을 지지 않고 달아났다가 결국 식물인간 상태가 된 아버지, 피해자에게 줘야 하는 보상금, 그를 수습하느라 병든 어머니 등 그야말로 돈 들어갈 일 투성이였고, 늘 일을 해야 했으며, 스스로를 돌보기보다는 늘 누군가를 책임지고 보살피는 일에 익숙해져야 했다. 쌍즈를 돌보는 건 그의 타고난 다정함이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로 익숙한 일이기도 했을 거다. 하지만, 밝고 구김살 없고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쌍즈와의 시간은 어쩌면 고단한 현실에 숨가쁘던 돤자쉬에게도 쉴 틈이었을 거고, 그랬기 때문에 더 쌍즈가 특별한 동생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재회한 쌍즈가 돤자쉬는 반갑기도 하면서, 과거에 이유도 모르고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겨야 했기에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어린 아이인 줄 알았던 쌍즈는 더 이상 어리지 않았고 누군가를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 쌍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느새 좋아하게 된 돤자쉬는 스스로의 마음을 자각하게 되고, 이후 거침없이 그녀에게 다가서는데.
감상평
그렇게 감정을 나누고 썸타는 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달달해서 정말이지 이가 썩을 지경이었어요. 다른 감정선들이나 서사는 다 밀어두고, 인물 둘의 감정선 자체에 충실하게 흘러가는 드라마라서 더 몰입이 잘 되었던 것도 같고. 특히 늘 누군가를 보살펴야 했고 책임져야 했고 지켜줘야 했던 돤자쉬가 다 제쳐두고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말하고 정말 자신을 보살펴주는 쌍즈와의 시간이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지 느껴져서 슬프기도 했다. (물론 쌍즈에게 위기가 닥치면 돤자쉬도 참지 않긔..)
후반부에, 돤자쉬의 가정환경이 아무래도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까 쌍즈 부모님이 그런 거에 대한 우려를 조심스러우면서도 분명하게 밝히는 장면이 나온다. 그 문제 때문에 두 사람이 마음 고생을 하긴 하지만, 결국 마음을 더 굳건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돤자쉬는 그 문제에 대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했고, 마침내 매듭지었다.)
이 과정에서 가정환경 때문에 내색하지는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던 돤자쉬를 끄집어 올려주는 쌍즈도 참 예쁘고 또 대견했다. 굳이 먼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고등학교 때부터 돤자쉬를 좋아해왔던 걸 밝히면서 니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믿어달라고, 널 좋아하는 날 봐서라도 호소하는 쌍즈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내가 돤자쉬라도 사랑한다 진짜. 눈물 쏟을만했다.
(이 과정에서 쌍즈의 부모님이 딸을 그냥 마냥 어리고 무른 아이로만 보고 있었구나, 새삼 그런 게 보여서- 자식과 가장 가까운 부모라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니구나, 짚어보게 됐다. 하긴, 엄마 아빠 눈에는 아직 어린 아기처럼 보일 거고, 험난한 세상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싶고, 그저 안전하고 평탄하게 살기만을 바랄 테니까. 하지만, 쌍즈는 더 이상 그렇게 어리지 않다구요! 너무 품 안의 자식으로만 두려 하는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근데 보면서 내내 느낀 건데 아빠보다 엄마가 쌍즈에 관해서 더 예민해보이기는 했다. 돤자쉬에 대해서도 쌍즈가 좋다고 하고, 더 이상 반대할 명분도 없으니까 넘어가긴 하는데.. 하는 느낌?)
둘이 같이 돤자쉬의 어머니의 묘소를 찾은 장면에서도 너무 예뻤는데. 그냥 사랑이 굳건하고 그 사랑으로 상대를 보듬고 품는 쌍즈가 너무 예뻤다. 그런 사랑을 받는 돤자쉬가 샘났을 만큼! 캡처하고 싶네! 왜 안 되냐!!
하지만, 서사 관련해서 좀 싱겁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관계를 뒤흔들 만큼은 아니며, 그걸 묘사함에 있어서도 그렇게 비중을 두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봤을 때, 나는 딱히 그런 걸 의식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현실적이다 싶었다. 빌런을 담당하는 인물이 튀어나옴에도 갈등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긴 하지만, 뭐랄까, 그게 갈등 자체가 싱거웠다기보단 애초에 그게 두 사람의 관계를 흔들 정도는 아니고, 애정이 분명하고, 두 사람 다 나름대로 강단이 있어서 휘둘리지 않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그랬기 때문에 장잉(姜颖)에 대해서도 안쓰러운 마음도 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장잉은 돤자쉬의 아버지의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사람의 딸로, 돤자쉬와 같은 반 친구이기도 했다. 원래 그를 좋아했기 때문에 더 상처가 컸고, 그것은 오히려 돤자쉬에 대한 집착으로까지 발전한다.)
사실 장잉도 역할상 호감으로 다가오지 않는 거다 뿐이지, 나쁜 사람은 아닐 거다. 공부도 잘하고 인물도 훤칠한 돤자쉬에게 장잉도 학창시절부터 호감을 품었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악연으로 인해 관계를 어떻게 해 보겠다는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뒤틀려버린 게 장잉에게 고통이 되고 괴로움이 되고 집착이 되어버린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말 그 마음이 끓어넘쳐서 견딜 수 없고 참을 수 없을 때 돤자쉬나 쌍즈에게 들이박은 거고- 그렇다고 이해한다 해서 타인에게 고통을 준 것까지 납득할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극중 쌍즈의 말대로 장잉은 치료가 필요하고 그건 그녀에게도 좋은 일일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좀 납득하기 어려웠던 건 (ㅎ) , 아니, 납득하기 어렵다까지는 아니고 조금 어라? 싶었던 건 어쨌든 돤자쉬도 대학을 졸업한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뭔가 회사의 중추가 되어 있고, 믿고 따르는 후배들이 많고- 그런 게 뭐랄까, 조금 웃겼음. 뭐, 업계 관련해서 타고난 인재이고 천재일 수 있지만, 돤자쉬도 아직 사회초년생이지 않나 싶어서. 멋진 설정 다 때려박았군, 싶었달지. (이런 부분들이 결국 작위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싶기도.)
더군다나 꼴랑 다섯살 차이 가지고 자꾸 노땅 취급하는 게 우씨 왜! 😂😂싶기도 했었다. 뭐, 중학생 때 대학생을 보면 완전 어른 같기는 하더라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할 정돈가? 열 살 차이는 나야 그런 소리가 자연스러운 거 아니야…? 아, 그럼 우리 쌍즈에게 너무 가혹한가.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내가 오히려 불편했을 것 같아. (쿨럭) 그래도 어른어른한 남자와 풋풋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귀여웠다. 쌍즈는 나이만 어렸다 뿐이지, 속도 깊고 배려하는 마음도 커서 내가 다 기특했음🥲-
꽤 오랜만에 제대로 몰입해서 보는 중드라 기쁘고 반가웠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고 케미가 넘쳤다. 사실 썸탈 때 가장 재밌게 보는 사람이라서(ㅋ) 정식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난 후 허용치 이상의 달달함에 흠칫하며 잠시 일시정지 누르고 고비를 맞을 때가 많지만ㅋㅋ 그래도 크게 거부감은 없었다. (당연한 거 아냐?) 갈등이 최고조로 다다랐을 때, 스트레스가 느껴질 수밖에 없을 때가 피곤하지. 이 드라마에는 그런 피로도를 유발하는 장면은 없어서 내내 좋았다.
간만에 기분좋게 완주한 드라마라서,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내내 즐거웠다. 가볍게 편안하게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 꽉 찬 해피엔딩의 드라마를 찾는다면 정말 기쁘게 추천할 수 있을 듯.
덧 : 쌍즈의 오빠 쌍옌(桑延)은 정말 너무 하찮은데 쌍즈한테 마음 쓰는 만큼 대접받지 못하는 거 같아서 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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